2007. 3. 23. 14:14
길섶에서
“아직 제철은 아니지만 올해도 동백꽃 소식을 전하네….” 남쪽 땅 끝머리에 사는 친구가 조금은 성급한 화신을 전해왔다.내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한달음에 달렸을 그의 거친 숨결이 편지에 묻어온 듯 가깝다.한강이 얼었다는 뉴스가 더 실감나는 삶을 살다 보니 꽃소식이 손에 잡힐 듯 와닿지는 않지만,세월이 오고감을 꼽아보기엔 부족하지 않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열린 꽃송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거기에 삼라만상이 다 들어 있다네.그러다 그 꽃이 고개를 꺾고 후두둑 떨어지는 날엔 우리네 인생사를 돌아보게 되지.사람도 저리 깔끔하게 한살이를 마칠 수만 있다면….”
“매번 느끼는 거지만 열린 꽃송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거기에 삼라만상이 다 들어 있다네.그러다 그 꽃이 고개를 꺾고 후두둑 떨어지는 날엔 우리네 인생사를 돌아보게 되지.사람도 저리 깔끔하게 한살이를 마칠 수만 있다면….”
꽃 한 송이에서 우주와 인생을 보는 친구가 한없이 부러운 날이다.눈에 보이는 각박한 사회나 암울한 경제가 꽃소식과 멀기만 하기에 더욱 그렇다.서로에게 오물을 뿌리면서 물러가라느니 못 가겠다느니 싸우는 정치인들에 묻고 싶다.최선을 다하다가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날,미련 없이 물러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녕 불가능하냐고.눈물처럼 뚝뚝 땅 위에 지는 날,그 고운빛이 절정에 달하는 동백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