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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연재하던 ‘터키 그 속살로 들어가다’가 [이호준의 터키기행2] ‘아브라함의 땅 유프라테스를 걷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이 블로그의 자료들은 출판을 위한 것들이기 때문에 무단 전재,배포,복사를 금합니다. 개인 연락사항은 방명록에 남겨두시거나 sagang@seoul.co.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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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6. 16:11 카테고리 없음

블로그에 연재하던 터키 그 속살로 들어가다 [이호준의 터키기행2] ‘아브라함의 땅 유프라테스를 걷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에 이은 터키기행 시리즈로 혼신을 다한 결과물임을 자부합니다. 그동안 응원해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작가의 말로 책 소개를 대신합니다.

 

돌아오기 위해 떠나고, 떠나기 위해 돌아온다.

 

길 위를 떠도는 삶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제가 자주 입에 올리는 말입니다. 아홉 달 만에 다시 찾은 터키에서도 이 짧은 문구가 주는 행복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떠날 때 아쉬움이 컸던 만큼 재회의 기쁨도 컸습니다. ‘형제의 나라는 여전히 포근한 미소로 형제를 반겼고, 저는 엄마 품에 안긴 아이처럼 행복했습니다.

 

이번 여행도 이스탄불에서 시작해서 말라티아, 샨르우르파, 하란을 거쳐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오는 짧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이스탄불에서는 히포드롬, 블루모스크, 성소피아 성당, 톱카프 궁전, 그랜드 바자르 등을 신발이 닳도록 찾아다녔습니다. 그리스로마, 그리고 이슬람이 남긴 발자취는 가는 곳마다 옷깃을 잡고 놓지 않았습니다.

 

이스탄불을 떠나 말라티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번 여행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터키의 속살을 찾아가는 여행’. 아나톨리아 반도 남동부에 위치한 말리티아나 그보다 훨씬 더 남쪽에 있는 샨르우르파하란은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곳은 아닙니다. 당연히 국내에 소개될 기회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큰 설렘을 안고 찾아간 그곳은 기대보다 훨씬 아름다웠습니다. 누군가 감춰둔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행복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살구와 체리의 고장 말라티아는 많은 볼거리들을 꼭꼭 숨겨두고 있었습니다. 레벤트 협곡에서는 그랜드캐니언에 카파도키아의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심어놓은 것 같은 풍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거대한 것과 아기자기한 것들이 맞춤옷처럼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우윳빛 토흐맛 강이 흐르는 다렌데에서의 하루, 황금빛 밀밭이 일렁이는 유프라테스 강가의 저녁나절은 황홀했습니다. 또 대대로 동굴 집에서 사는 슈크르 쿠르트 일가나 6,000년의 시공을 단숨에 뛰어넘게 해주는 아슬란테페 유적과의 만남은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였습니다.

 

신이 되고 싶었던 인간, 안티오코스 1세의 거대한 무덤이 있는 넴루트 산을 거쳐 도착한 샨르우르파는 오랫동안 벼르던 여행지였습니다.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이 바로 그곳을 찾아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감동은 더 컸습니다. 예언자들의 도시, 성서의 무대, 종교의 고향, 종교 부화장, 아브라함의 땅, 세계 최초의 도시. 온갖 수식어로도 다 설명하기 어려운 이 도시에 첫발을 딛는 순간, 우리가 쓰는 언어가 얼마나 빈약한지 실감했습니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순례자가 되어 성서의 무대를 촘촘히 누비고 다녔습니다. 아브라함의 동굴과 성스러운 물고기의 연못, 욥의 동굴. 도시 자체가 울타리 없는 박물관이었습니다.

 

지금은 지워져 폐허가 된 도시 하란은 인류사의 산증인입니다.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가 살았다는 황량한 평원을 선지자들과 함께 걸었습니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 그들은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종교인이 아닌 저에게도 신성은 깃드는 듯, 내내 벅찬 희열을 보았습니다.

 

그 감동의 여정을 묶은 또 하나의 기록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발끝마다 봄날의 민들레처럼 솟아오르던 작은 깨달음을 공유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돌아오기 위해 떠나고 떠나기 위해 돌아오는 제 기약 없는 걸음은 더운 피가 도는 한 계속될 것입니다. 이 책을 여러분께 맡기고 또 배낭을 꾸립니다.

 

서점에는 내일(8일)부터 나옵니다.

 

posted by sag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