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1. 25. 17:57
이야기가 있는 사진
어느 장례식에 갔다가 노인 두 분을 뵈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노인들이 따로 할 일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한쪽 구석에 의자를 놓고 앉아 세상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눈동자가 공허해 보였습니다.
무심하게 먼저 가버린 친구를 그리고 계셨는지도 모릅니다.
인사를 드릴 겸 사진촬영 허락도 받을 겸 “건강해 보이신다”고 말씀드렸더니 금세 아이들처럼 웃으십니다.
그러면서 은근히 포즈도 잡아주십니다.
한 세상을 넉넉하게 품은 웃음인지라, 삭막했던 마음이 아랫목의 엿처럼 눅진하게 풀어집니다.
제 할머니도 어머니도 입에 달고 사신 말이 “곱게 늙어 고생 않고 죽었으면….”이었습니다.
모든 노인들의 소망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합니다.
친구들이 한 둘 스러져가면서부터 든 생각입니다.
건강한 몸으로 살다 맑은 정신으로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노인들처럼 넉넉한 웃음으로, 사랑하는 것들과 작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