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2. 5. 17:29
이야기가 있는 사진
누군 역마살이라고도 하고, 누군 가슴의 열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그러는 거라고 타박을 하기도 합니다.
틈만 나면 배낭 하나 꾸려 집을 떠나는 저를 가리켜 하는 말입니다.
길을 걷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사람들 틈에서도 특별히 불행하다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길가의 나무 한 그루 돌 하나가 모두 피붙이처럼 정겹습니다.
가끔은 감정의 부풀림이 지나쳐, 어느 양지바른 언덕에서 꼬박꼬박 졸다가 그대로 스러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나그네병에도 아킬레스건은 있습니다.
저녁 무렵에 특히 약합니다.
서쪽 언덕이 붉게 물들어가고 바람이 스산하게 불면 괜히 마음이 흔들립니다.
묵을 곳은 정해놓지 않았는데 순식간에 어둠이 밀려오는 겨울날이면 더욱 그렇습니다.
게다가 저 사진처럼, 하얗게 사위다 지친 억새나 산골마을의 저녁 연기라도 만나는 날이면 통곡이라고 하고 싶을 만큼 서러워질 때도 있습니다.
저 곳은 경북 영덕읍 창포리 강축도로(강구와 축산간의 해안도로) 언덕에 있는 풍력발전소입니다.
특별히 작정하고 찾아간 것은 아니고 지나던 길에 우연히 들러본 곳입니다.
아름다웠다는 기억은 시간이 가도 흐려지지 않습니다.
아프고 외로웠던 날도 아름다움으로 기억할 만큼 세상을 살아낸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