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3. 18:50
길섶에서
연초에 신춘문예 관문을 통과한 후배와 모처럼 연락이 닿았다.“글은 잘 되냐?” “글쎄…. 먹고사는 게 급해서요.” 우스갯소리 하듯 가벼움을 가장했지만 마음은 쓰리다. 그 문을 통과하기 위해 그는 황금같은 젊은 날을 ‘눈물 젖은 빵’과 함께했다. 갈채 속에 빛나던 얼굴은 시상식 단 하루를 위한 것이었던가. 하긴, 쓰면 뭐하랴. 발표할 곳도 마땅찮은 판에.
여흥(?)으로 쓰는 사람들이야 걱정할 것도 없지만, 문학에 인생을 건 이들이 ‘밥’을 위해 글을 제쳐둬야 하는 현실은 서글프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에 등록된 작가는 7400명이다. 그들 중 대부분은 글로는 ‘먹고 살 수’ 없다. 한 중진작가는 국내에서 원고료로 생활이 가능한 문인은 다섯손가락 이내라고 울분을 토했다.
창작의 고통을 말할 때 흔히 ‘뼈를 깎고 피를 찍어서’라고 표현한다. 그 결과가 밥걱정이라니.‘밥’도 안 되는 문학의 길을 가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자신과 싸우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뭐라고 해줘야 하나. 쓸데없는 짓 그만두고 자격시험공부라도 하라고? 문학 없는 세상, 생각하기도 싫은데.
2005.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