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6. 13. 13:39
길섶에서
버스는 아침마다 만원이다. 교통체계 개편초기의 여유롭던 출근길은 어느덧 옛말이 됐다. 종점을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발 디딜 틈이 없다. 하지만 1분이 급한 승객들은 꾸역꾸역 밀고 올라온다.
“위로 올라오세요. 백미러를 봐야 출발할 거 아닙니까.” 기사의 목소리엔 짜증이 묻어난다. “가긴 어디로 가요. 올라갈 데가 어디 있다고….” 맨 뒤에 타서 아직 발판을 벗어나지 못한 승객의 목소리도 뾰족하다.“출발하지 말라는 거요? 어서 비켜요.” “허 참, 주저앉을까요? 누워요?” 오고가는 목소리에 가시가 날카롭다.
“아니, 이 사람이. 아침부터 말투가 왜 그래?” “뭘 어쨌는데요? 그러는 아저씨는 왜 반말을 해요?” “어라? 언제 반말을 했다고 그래? 그리고 자식 같은 사람에게 반말 좀 하면 어때.” “자식들한테나 하세요.” 이제 증오까지 담긴 말들은 서로의 꼬리를 물고 끝없이 질주한다. 왜 다투기 시작했는지 잊어버린 지는 오래다. 버스는 떠날 기미가 없고 시간을 강탈당한 승객들은 답답하다. 이 나라 정치판을 빼닮았다.
2005.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