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sagang
블로그에 연재하던 ‘터키 그 속살로 들어가다’가 [이호준의 터키기행2] ‘아브라함의 땅 유프라테스를 걷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이 블로그의 자료들은 출판을 위한 것들이기 때문에 무단 전재,배포,복사를 금합니다. 개인 연락사항은 방명록에 남겨두시거나 sagang@seoul.co.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Notice

2007. 11. 27. 18:32 이야기가 있는 사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누가 그럽니다.
슬픔이 뇌수에 박힌 사람은 슬프다 말하지 못하고, 외로움이 뼈에 사무친 사람은 외롭다 말하지 않는다고.
쓸쓸함도 그러하겠지요?
가슴이 턱 막힐 정도로 쓸쓸한 광경 앞에 서면 쓸쓸하다는 말은 저만치 달아나 버릴 겁니다.
하지만 저는 소리내어 쓸쓸하다 말하겠습니다.
쓸쓸함이 말이 되어 나올 때, 쓸쓸함은 2차원에서 3차원으로의 모양을 갖추게 될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모양 잘 갖춘 쓸쓸함을 어디 쓸 거냐고요?
나누려고요.
서울 근교에, 주변사람들에게는 숨기고 살짝살짝 다니는 조그만 절이 있습니다.
삶의 무게로 등이 휠 것 같은 날이면 그 절에 가서 소금에 절여진 배추처럼 쓸쓸함에 푹 젖어 돌아옵니다.
가끔 다람쥐나 들러갈까 찾는 사람이 거의 없고, 감나무 하나가 하늘을 찌를 듯 우뚝한 절입니다.
스님들은 가을이 되면 곶감을 만들어 겁니다.
하지만 제게는 깎을 감이 없습니다.
그래서 햇살이 자리를 펴는 대로 양지바른 곳만 쫓아다니며 시간을 보냅니다.
눈물이라도 날만큼 쓸쓸해지면 산을 내려옵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담아온 쓸쓸함을 조금씩 나눠줍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아무리 부족함 없이 사는 사람이라도, 계절이 이리 오고가는데 쓸쓸함 한번 느끼지 못한다면 반쪽의 삶일 뿐이라고….
소금간만으로는 음식의 맛을 제대로 낼 수 없듯이 슬픔과 외로움, 쓸쓸함도 꼭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무척 어두운 저 사진은 그 절에서 찍은 것입니다.


posted by sag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