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11. 13:28
이야기가 있는 사진
애당초 경북 영주 땅까지 발걸음을 했던 건
영주댐으로 사라진다는 내성천 상류 마을을 취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내용은 다음 주 블로그에 올라갑니다)금강(錦江 비단강)마을이란 곳을 찾아가 허허로운 웃음만 자꾸 던지시는 할머니 한분과 두어 시간 인터뷰 아닌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 유서 깊고 아름다운 마을을 시멘트 댐 속 수장시킨다니… 울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100년 넘은 작은 교회도 물속에 잠깁니다.
공사현장을 멀리서라도 보기 위해 뒷산을 올라가다 어느 양지바른 무덤가에서 할미꽃들을 만났습니다.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멈추고 말았습니다.
어찌 그리 조금 전 만났던 할머니와 닮았는지….
요즘은 할미꽃 보기도 어렵습니다. 아기에게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을 얘기해주는 할미꽃도 있네요.
어릴 적엔 놀면서도 나무하러 가면서도 늘 보던 꽃인데.
무덤은 자꾸 늘어나는데, 할미꽃도 필만한 자리를 고르는 모양입니다.
할미꽃은 늘 고개를 숙이기 때문에 꽃술을 사진으로 담아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제 자신을 낮추는 수밖에 없습니다.
땅 속으로 들어가기라도 할 듯, 한껏 자신을 낮추고서야 꽃 안의 세계를 잠시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그 무덤의 주인은 제 절을 실컷 받았습니다.
무덤 앞에는 빨리 옮기라는 ‘이장공고’가 비석 대신 팻말로 붙어 있었습니다.
할미꽃도 물속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