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sagang
블로그에 연재하던 ‘터키 그 속살로 들어가다’가 [이호준의 터키기행2] ‘아브라함의 땅 유프라테스를 걷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이 블로그의 자료들은 출판을 위한 것들이기 때문에 무단 전재,배포,복사를 금합니다. 개인 연락사항은 방명록에 남겨두시거나 sagang@seoul.co.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Notice

'하드리아누스'에 해당되는 글 1

  1. 2012.02.20 [터키, 지중해를 따라 걷다 19] 집시, 그리고 라라비치24


지명과 역사적 사실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즉시 수정하겠습니다.

하드리아누스 문을 사람들이 부지런히 오간다.

하드리아누스 문에서

오스만 전통가옥을 지나 언덕을 오르니 하드리아누스 문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하드리아누스 문은 말 그대로 로마의 황제 하드리아누스(Hadrianus 117~138)130년에 안탈리아를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시민들이 세운 문이다. 황제의 위세가 대단하긴 대단했던 모양이다. 살다 간 것도 아니고 다녀가기만 했는데도 이만한 기념물을 짓다니. 하지만 어떤 삶에도 빛과 그림자는 공존하는 법. 황제라는 자리가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던 시대도 있었다. 3세기 중반을 로마의 군인황제시대라고 하는데, 50년 동안 26명의 황제가 등극하고 사라졌다. 평균 2년도 못하고 죽거나 축출된 것이다. 그깟 거 안 하고 말지, 얼마나 좌불안석이었을까. 죽은 사람들 걱정 그만하고 산 사람은 다시 하드리아누스 문으로 돌아가 보자. 대리석을 재료로 해서 2층으로 건축됐다는 이 문은 이오니아식 기둥이 받치고 있는 3개의 아치가 인상적이다. 아치 위에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와 가족의 석상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확인할 길이 없다. 어느 마당에서 개집이나 지키는 석상으로 전락한 건 아닌지. 터키는 고대유물도 냇가의 돌처럼 굴러다닌다. 문 양 옆으로는 사각형의 성탑이 있는데 왼쪽 건물은 로마시대에 지어졌고 오른쪽은 13세기 셀주크의 술탄 알라딘 케이쿠바드가 세운 것이다. 알라딘 케이쿠바드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같지 않은가? 바로 이블리 미나레트를 세운 그 술탄이다. 이 사람도 삽질하는 게 취미였던 모양이다.

하드리아누스 문의 양쪽 성탑.

호텔로 가던 길에 만난 개구리공원.

하드리아누스 문을 바라보고 있자니 자꾸 부러운 마음이 생긴다. 이 문은 우리의 남대문이나 동대문처럼 박제로 전시돼 있는 게 아니라 지금도 통행로 사용되고 있다. 문의 한가운데 유리(?)가 깔려있고 그곳을 통해서 큰 도로와 구시가지 사이를 사람들이 오간다. 관리만 잘하면 우리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텐데. 따지고 보면 하드리아누스 문이 훨씬 긴 풍상을 견뎌왔다. 거긴 돌이고 우리는 나무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할까? 또 홀라당 타는 꼴을 보고 싶어 이도 안 들어가는 소리를 하느냐고 할까? 아무튼 나는 박제가 싫다. 문 앞에 앉아 이 생각 저 생각에 빠져있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아가씨 둘이 저만치서 걸어온다. 똑같이 터키풍의 시원한 옷을 입고 있다. 인사를 했더니 지쳐서 사진 찍을 힘도 없다고 하소연이다. 나도 그대들과 대화 나눌 기력도 안 남았소. 이제 한국인을 만나도 그러려니 한다. 하드리아누스 문을 떠나 안탈리아 도심을 걷는다. 오늘 묵을 호텔이 지척에 있다고 해서 걸어가기로 한 참이다. 석양이 커튼을 드리우기 시작한 거리는 터키 최고의 관광지답게 화려하다. 10분쯤 걸어가서 만난 호텔도 지금까지 묵었던 어떤 호텔보다 크고 화려하다. 로비로 들어가니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온다. 체크인 하고 들어간 방도 마찬가지다. 샤워와 간단한 빨래를 한 뒤 식당으로 내려간다. 이런! 식당 역시 지금까지 본 곳 중 최고급이다. 규모도 크려니와 음식의 수도 지금까지 거쳐 온 모든 호텔 것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 이렇게 느닷없이 호강해도 되는 거야?

안탈리에서 묵었던 라마다호텔.

호텔 내부. 터키 체재 중에 만난 호텔 중 가장 화려한 곳이었다.

주방장은 부산 사람?

뭘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높다랗게 솟은 모자를 쓴 중년 사내가 다가와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이 정도 모자 높이면 주방장 쯤 되겠군. 한국에서 왔다니까 얼굴에 반가운 기색이 가득 피어난다. 그러면서 몇 년 전에 부산에 가서 일을 한 적이 있다고 밝힌다. 한국에 다녀왔다는 사람을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다. 몇 년 있었지만 한국말은 배우지 못했다고 미안해하면서 음식 고르는 것을 도와준다. 고향사람을 만난 듯 반갑다. 음식도 맛이 있다. 결국 몇 번 가져다 먹는 바람에 과식을 하고 말았다. 에구, 여행 와서 배만 더 나오겠다. 929일 아침. 여행도 이제 후반을 향해 달리고 있다. 편안한 잠자리였고 비교적 오래 잤는데도 피곤은 온몸에 덕지덕지 붙어있다. 남들보다 많이 움직이고 많이 기록하고 많이 찍는다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육체에게는 고통스런 짐을 지울 수밖에 없다. 몸은 물 먹은 솜처럼 젖었지만 빨래는 뽀송뽀송 잘 말랐다. 그나마 다행이다. 지쳤다고 누워 있을 수야 없지. 이 호텔에서 하루 더 묵을 계획이라니까 간단하게 배낭을 꾸려 또 길을 나선다. 오늘은 안탈리아 외곽에 있는 명승지들을 돌아보는 날이다. 지중해 쪽의 도시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특히 안탈리아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땅이다. 리키아 산맥과 타우로스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싸주고 있는데다 동쪽으로는 비옥한 평원이, 남쪽으로는 지중해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안탈리아 거리.

안탈리아 시가지.

이 지역은 한 겨울에도 눈이 내리지 않는 것은 물론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법이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관광지의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 안탈리아도 다양한 역사적 부침을 거친 도시다. 고대에는 이곳을 팜필리아(Pamphylia, ‘모든+민족의 합성어)라고 불렸다. 지금의 안탈리아에서 시데, 킬리키아까지 아우르는 해안지대를 말한다. 팜필리아는 BC 7세기에 리디아에 점령된 뒤 BC 546년에 페르시아의 속국이 됐으며 BC 334년에는 알렉산더의 영토가 됐다. BC 323년 알렉산더가 사망한 뒤 셀레우코스 왕조로 편입됐다가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에 귀속됐지만 실질적으로는 독립을 누렸다. 안탈리아에 최초로 도시를 세운 사람은 페르가몬의 왕 아탈로스 2세였다. 그때부터 아탈로스의 도시라는 뜻의 아탈레이아(Attalea)로 불렀는데 그것이 훗날 안탈리아가 되었다. 페르가몬 왕국은 바다로 들어오는 적을 막기 위해 항구에 성을 쌓았는데, 로마시대에 재건축을 거쳐 지금까지 일부가 남아있다. 이 곳에는 기독교가 일찍부터 들어와 주요 기독교 도시 중 하나가 됐고, 7세기에는 아랍의 침입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십자군전쟁 때에는 동부로 진출하는 십자군들의 중간기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 1078년에는 셀죽터키의 영토가 되었고 1932년에는 오스만터키의 지배를 받기 시작했다. 로마시대 이후에 쇠퇴하기 시작한 팜필리아의 도시들은 대부분 폐허가 되거나 조그만 시골마을로 변했는데, 오로지 안탈리아만 관광도시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쿠르순루 폭포 입구. 결국 저곳을 통과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폭포는 못 들어가고 강아지와 놀고 있는 다큐 출연자.

쿠르순루 폭포에서 을 먹다

해가 뜨면서 대지는 금세 달아오른다. 내일모레면 10월인데 연일 30도를 웃도는 날씨는 수그러들 줄 모른다. 어제는 32도였고 오늘도 그 정도는 될 거라는 예보가 있었다. 지금 서울은 비가 온다는데, 가을이 오고 있다는데. 문득 그 회색빛 도시가 그리워진다. 오늘 맨 먼저 찾아갈 곳은 쿠르순루 폭포. 폭포라니까 우선 느낌부터 시원해서 좋다. 안탈리아 내륙에는 하천이 많기 때문에 곳곳에서 폭포를 볼 수 있다. 그중 쿠르순루 폭포는 시내에서 비교적 가까운데다 수량도 많아 많은 이들이 찾는다고 한다. 모처럼 시원한 곳에서 땀 좀 식혀볼까. 폭포로 가는 길은 시내를 거쳐야한다. 이곳도 아침에는 도로 곳곳이 막힌다. 시내를 벗어나서 한적한 길을 조금 달리자 금세 폭포 입구에 이른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보통 유적지나 관광지는 믿음 씨의 ()’ 하나면 무사통과다. 다큐촬영팀은 터키관광청이 자국의 관광산업을 홍보하기 위해 초청한 사람들이고, 믿음 씨는 관광청에 고용 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르순루 폭포는 개인이 조성한 곳이기 때문에 공짜 입장은 어림도 없다는 반응이다. 촬영을 하려면 900리라를 내놓으라는데 그야말로 턱없는 가격이다. 믿음 씨가 난감하게 됐다. 체면도 말이 아니다. 일행은 하릴 없이 공터에 앉아 강아지하고 놀고 있는데 믿음 씨는 이리저리 분주하다. 아무리 개인 것이라고 해도 외국에 홍보되면 좋을 텐데 왜 그러지?

해변에는 이런 으리으리한 호텔도 있다.

이곳도 호텔.

믿음 씨는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여기저기에 전화를 한다. 관광청장과 직접 통화까지 했지만 우리는 끝내 폭포를 보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더럽다 더러워. 그깟 폭포 우리나라에도 많다. 너희들이 구곡폭포를 알아? 천지연폭포라고 들어나 봤나? 박연폭포는 또 어떻고? 홍보를 해주겠다는데 그깟 문 한번 못 열어 주냐? 열김에 꿍얼거려보지만 돌아가는 길의 분위기는 낮게 가라앉아 있다. 미안해진 믿음 씨가 이 얘기 저 얘기로 분위기를 띄워보겠다고 애 쓴다. 그 중 러시아 사람들이 호텔을 이용하는 습관은 재미있으면서도 씁쓸하다.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호텔에는 객실마다 미니바라는 게 있다.(물론 없는 호텔도 있다.) 미니바라고 대단할 건 없다. 우리나라 여관에도 있는 조그만 냉장고일 뿐이다. 거기에 물, 음료, , 가벼운 안주, 초콜릿까지 넣어놓고 일종의 장사를 하는 것이다. 호텔에서는 그 객실에 묵었던 손님이 체크아웃 할 때 뭘 먹었는지 조사해서 비용에 추가시킨다. 그런데 이 미니바가 가끔은 사람을 당혹시킬 때가 있다. 타인의 부담으로 간 여행이라도 미니바 이용 요금은 개개인이 부담해야한다. 문제는 가격이 시중보다 훨씬 비싸다는데 있다. 술 가운데 양주는 보통 미니어처 병에 들어있는데, 서비스로 넣어둔 줄 알고 마구 마셨다간 주머니를 털리는 수가 있다. 하지만 이 미니바를 공짜로 이용하는 특출한 사람들도 있다. 바로 러시아 사람들이다.

거리의 작은 공원.

저곳도 러시아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는 호텔이다.

집시 여인을 만나다

그들의 수법 중 가장 흔한 게 물을 마시고 빈 병에 수돗물을 채워 넣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술병에 물을 채워 넣기도 한다. 단체 관광객이 오면 객실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손님을 내보내기에는 시간이 벅차다. 그러니 물병 뚜껑까지 돌려볼 틈은 없을 수밖에. 또 어떤 여자들은 가방에 미니바의 내용물을 몽땅 쓸어 넣고 간다고 한다. 하긴 미니바를 통째로 메고 가지 않는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들이 떠난 다음 호텔 측에서 연락을 하지만 쓸어갔다는 걸 인정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러니 호텔에서도 대비책을 세울 수밖에. 최선의 수단이 바로 러시아인들이 예약을 한 날에는 미니바에 있는 걸 몽땅 치우는 것이란다. 관광을 다니고 호텔을 이용할 정도면 가난 때문에 가져가는 건 아닐 텐데, 견물생심이겠지. 무한한 인간의 욕심에 대해 새삼 혀를 내두르게 된다. 물론 러시아 관광객이라고 모두 그러는 건 아닐 것이다. 버스는 다시 시내를 달린다. 출근시간이 지났기 때문인지 도로는 아까보다 한산하다. 어라? 저게 뭐야? 당나귀 달구지를 몰고 천천히 지나가는 고색창연한 여자가 시선을 잡는다. 높은 빌딩, 달리는 차들 속에 흡수되기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풍경이다. 믿음 씨에게 누구냐고 물었더니 집시란다. , 집시들이 여기까지 흘러왔구나. 터무니없는 동지의식(?)에 눈길은 자꾸 지나온 길을 더듬는다. 사실 직접 집시를 보는 건 처음이다. 그들이라고 머리에 뿔이 돋았으랴만 늘 궁금했던 터였다.

당나귀 달구지를 몰고가는 집시여인. 버스와 멀어서 선명하게 찍을 수 없었다.

라라비치의 모래조각들. 어떤 영화인지는 각자 알아맞혀 보시길.

집시(Gypsy), 흔히 인도 북서부에서 9~10세기에 출발한 유랑민족이라고 말하지만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히말라야산맥의 산록이나 평야가 고향일 거라는 설은 거의 정설로 굳어져 있다. 그들이 왜 그곳을 떠나서 세상을 유랑하는지에 대해서도 이거다라고 설명할 만한 근거는 없다. 하지만 고유의 언어를 지키는 등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15세기 초에 동유럽을 거쳐 유럽 각지에 퍼졌는데 지금은 유럽·소아시아·아메리카 대륙 등에 흩어져 있다. 인구는 약 180~4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지금의 터키가 자리 잡은 아나톨리아를 소아시아라 부르니 이곳에 집시가 있는 건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이들은 포장마차를 집 삼아 여기저기 떠돌며 음악사, 땜장이, 점술사 등으로 삶을 꾸려나간다. 요즘은 우리의 봉고차 같은 미니버스에 거주하는 집시도 많다고 한다. 집시란 이름은 영국에서 그들의 발상지를 이집트(, Egyptian)라고 오해한 데서 시작됐다고 하는데 프랑스에서는 보헤미안이라 부른다. 우리에게는 문학작품 등을 통해 알려져 있다. 특히 노트르담의 꼽추에서 콰지모도가 사랑하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는 세월이 가도 가슴에 눈물로 각인돼 있다. 난 그들의 정착하지 않는 삶이 아닌 정착할 수 없는 삶을 동경한다. 대대손손 핏 속을 흐르는 그 역마살. 몸이 타버릴 것을 알면서도 불을 향해 날아드는 부나비처럼, 구속 없는 세상을 향해 끝없이 방랑하는 그 유전자를 사랑한다. 느닷없이 만난 집시 덕분에 이야기가 옆길로 샜다.

역시 모래조각 퍼레이드.

누드비치 아닌 샌드비치

지금 일행이 가는 곳은 라라비치. 안탈리아 시내에서 동쪽으로 약 10km 정도 떨어진 모래해변이다. 그중에서도 최종 목적지에 들어갈 땐 입장료를 받는다. 대체 이곳에 무엇이 숨어 있길래 사방에 담을 두르고 돈까지 받지? 혹시 말로만 듣던 그 누드비치? 후르륵! 일단 가출하는 침부터 단속하고. 믿음 씨를 따라 문을 들어서니 아! 바로 sand land, 모래천국이다. 물론 벌거벗고 돌아다니는 남녀는 없다. 한 눈에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숱한 모래조각들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할리우드 영화들을 재연하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눈에 들어오더니 그 옆에는 킹콩과 타잔이 금방 밀림에서 튀어나온 듯 생생한 모습으로 서 있다. 다른 쪽에는 스타워즈 군단과 토이스토리의 주인공들이 추억을 자극하고, 터미네이터의 주인공은 모래가 되어서도 “I will be back”을 외치고 있다. 벽에는 커다란 글씨로 ‘lara SANDland HOLLYWOOD’라고 새겨놓았다. 그런데 은근히 걱정이 된다. 비가 오면 어쩌지? 뭘 어쩌겠어, 완전히 날 새는 거지. 워낙 넓어서 지붕을 씌우기도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러잖아도 한쪽에서 수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반바지를 입은 한 여성이 물을 뿌려가며 무너진 모래를 다듬고 있다. 손길이 무척 섬세하다. 최근에 비가 왔기 때문에 수리하는 것이란다. 조금 더 나가니 이번엔 전쟁시리즈가 기다리고 있다. 비교적 최근 영화인 ‘300’을 지나고 라이언일병과 반갑게 조우한다.

비로 망가진 모래조각을 수리하는 여인.

화려한 호텔 문. 러시아인들은 저런 호텔을 통째로 전세 내기도 한단다.

이 모래조각공원이 만들어진 건 2006년부터라고 한다. 안탈리아가 천혜의 관광지이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유치하기 위해 테마공원을 만든 것이다. 휴가철이면 각국에서 온 관광객으로 북적거린다. 올 여름만 해도 20만 명이 찾아왔다고 한다. 1인당 입장료가 8리라니까 대체 얼마를 번거야. 라라비치를 나와서 다음 목적지로 가는 동안, 믿음 씨의 러시아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이어진다. 창밖을 스쳐가는 화려한 호텔들이 이야기를 꺼내게 된 동기가 됐다. 이번엔 부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러시아 사람들 중에는 전세 비행기로 안탈리아에 와서 호텔이나 빌라를 통째로 세내서 즐기고 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모텔이나 펜션도 아니고 저 으리으리한 호텔을 통째로? 기가 막힌 내가, 대체 누구길래 그리 돈이 많으냐고 물으니 믿음 씨가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마피아 아니겠어요?” , 마피아. 나도 진즉에 그런 직업이나 해볼 걸. 아무튼 어떤 부자는 하루 저녁에 6500달러 씩 하는 빌라를 빌려서 92일 동안 머물렀다고 한다. 그럼 대체 얼마지? 대충 계산해 봐도 숙박비만 7억 원이 넘는다. !! 러시아에도 밥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한 때 사회주의 종주국이었다는 거 맞아? 앞에서도 안탈리아가 터키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은 도시라고 밝힌 적이 있지만, 참 다양한 사람이 찾아오는 곳이다. 그중 가장 많은 건 역시 러시아사람들이란다. 격세지감이란 말을 곱씹는다.

 
추천(view on)과 댓글 감사합니다.^^

 

posted by sagang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