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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연재하던 ‘터키 그 속살로 들어가다’가 [이호준의 터키기행2] ‘아브라함의 땅 유프라테스를 걷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이 블로그의 자료들은 출판을 위한 것들이기 때문에 무단 전재,배포,복사를 금합니다. 개인 연락사항은 방명록에 남겨두시거나 sagang@seoul.co.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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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06 [길섶에서 12] 통닭 파는 母子1
2007. 6. 6. 17:18 길섶에서
옷섶을 거칠게 헤친 칼바람은 늑골까지 파고들 정도로 집요하다. 배달 갔던 아들이 동동걸음으로 돌아오자 노모는 트럭의 조수석으로 올라가 한기를 던다. 아들은 쉴 틈도 없이 익은 통닭을 꺼내고 새 닭을 집어넣는다. 두 사람 다 볼이 퍼렇게 얼어있다.

동네 어귀에 저녁이면 전기구이통닭을 파는 트럭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아들 혼자 장사를 하더니 배달 주문이 잦아지면서 노모가 따라나오기 시작했다. 전기구이는 장작구이와 달리 굽는 사람에게 온기를 주지 못한다. 다행히 장사는 꽤 잘돼, 통닭을 사려면 한참씩 기다려야 한다.

며칠 전 아내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통닭 할머니가 아들 중매 좀 서라네.” “아들? 그 사람이 아직 결혼을 안 했어? 나이가 꽤 들어 보이던데?” 노인은 안면이 익은 사람을 만나면 아들 장가 좀 보내달라고 하소연한단다.

나이 40이 다 되도록 색시감이 없어 걱정이라면서. 개진개진 젖은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는 노인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새 봄에는 통닭 트럭 옆에서 노모 대신 새색시를 볼 수 있기를….
2005.1.12

posted by sa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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