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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연재하던 ‘터키 그 속살로 들어가다’가 [이호준의 터키기행2] ‘아브라함의 땅 유프라테스를 걷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이 블로그의 자료들은 출판을 위한 것들이기 때문에 무단 전재,배포,복사를 금합니다. 개인 연락사항은 방명록에 남겨두시거나 sagang@seoul.co.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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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20 [길섶에서 14] 공존
2007. 6. 20. 19:12 길섶에서
가물가물한 의식 사이로 느닷없이 끼어드는 소음. 잠은 금세 저만치 달아난다. 겹친 피로를 못 이겨 무너지듯 누운 참이다. 찹쌀∼떡∼ 메밀∼묵∼ 소음의 진원은 찹쌀떡장수다. 잠시 짜증이 일지만, 소리쳐야 먹고 사는 그에게 일일이 사정을 헤아려 달라 할 수도 없으니 감수하기로 한다.

이젠 찹쌀떡을 외치는 소리가 제법 차지게 가락을 탄다. 동네에 처음 나타났을 땐 목청도 작고 구성진 맛이 없었다. 이왕 잠에서 깬 거 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은근한 격려를 보낸다. 찹쌀떡이 풀어 놓은 회상의 끈은, 고픈 배를 움켜쥐고 잠들던 과거 어느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소와 눈물이 동시에 베갯잇을 적신다.

순간 날카로운 목소리가 동네를 흔든다.“야!조용히 못해?” 주민 하나가 참다 못해 소리를 지른 모양이다. 사위가 조용해지면서 쓸쓸히 돌아서는 젊은이의 얼굴이 눈에 밟힌다. 달아난 잠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실현 안 될 생각만 꼬리를 문다. 조용한 환경에서 잠들고 싶은 주민과 팔기 위해 소리쳐야 하는 찹쌀떡장수, 둘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세상은 늘 모순덩어리다.
2005.1.27

posted by sa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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