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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연재하던 ‘터키 그 속살로 들어가다’가 [이호준의 터키기행2] ‘아브라함의 땅 유프라테스를 걷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이 블로그의 자료들은 출판을 위한 것들이기 때문에 무단 전재,배포,복사를 금합니다. 개인 연락사항은 방명록에 남겨두시거나 sagang@seoul.co.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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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잡이'에 해당되는 글 1

  1. 2009.01.12 [사라져가는 것들 93] 참새잡기14
2009. 1. 12. 09:22 사라져가는 것들

함박눈에 그시절
참새 덫 생각이 난다

앞마당 모퉁이 눈 쓸어내고
왕겨 뿌려 소쿠리 덫 만들어

새끼줄 길게 안방까지 끌고와
창호지 문 구멍으로 종일 망을 본다

몇마리 참새무리 덫 속으로
들락이니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데

난데없이 방 식는다는 아버지의
호통소리에 참새떼는 줄행랑 치고

서운하고 안타깝던
그옛날 고향의 참새 덫 사연

울 아버지 생각하면
콧날이 찡해 눈물이 나니

그시절 함박눈 내리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남천사 <참새 덫> 전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잘 알다시피 참새는 텃새입니다.
집 주변에서 늘 볼 수 있었지요.
그러니 친근할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별 볼품 있는 새도 아닌데 ‘진짜’를 상징하는 ‘참’자 벼슬까지 얻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온 백성이 특별히 아끼고 보호했다는 건 아닙니다.
어른이나 애들이나 장난삼아 하는 사냥감으로나 여기는 게 예사였지요.
그러다보니 참새를 잡는 법도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사내아이들은 고무줄 당길 만한 힘이 생기면 새총부터 만들었습니다.
가지가 양쪽으로 균형 있게 나눠진 나무를 잘라서 다듬고, 양쪽에 고무줄을 묶은 뒤, 가죽을 조그맣게 오려 고무줄 사이에 이어놓으면 새총이 되지요.
겨울이면 아이들은 새총을 손에서 놓을 줄 몰랐습니다.
뒤뜰 대나무밭에 참새가 지천이었거든요.
대숲의 서걱거리는 소리가 바람이 흔들어서 나는 것인지 참새들이 내는 소린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으니까요.
이 녀석들 수다는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떠들기 시작하면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은 저리가라지요.
사실 새총으로 참새를 잡는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한쪽 눈 질금 감고 겨냥한다고 하는데도 총알(작은 돌멩이나 콩)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기 일쑤지요.
가끔 한 마리씩 떨어지는 일이 없지는 않았지만, 사실 그것도 수십 마리 중 재수 없는 한 녀석이 맞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얼마나 재미있던지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남의 목숨을 놓고 놀이를 한다는 게 얼마나 큰 죄악이라는 걸 몰랐던 시절이었습니다.
새총으로 남의 집 장독을 깨놓고 죽지 않을 만큼 맞는 악동들이 꽤 있었던 걸 보면, 벌을 받은 건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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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정도는 말 그대로 ‘아이들 장난’일 뿐이었습니다.
참새고기를 먹겠다고 하는 ‘집단사냥’도 있었으니까요.
납일(臘日)*밤에 아이들이 통발(가는 댓살이나 싸리로 엮어서 통같이 만든 것)을 참새가 있을만한 지붕의 추녀에 대고 긴 막대기로 친다지요.
그러면 잠자던 참새가 놀라 도망치다가 정신없이 통발 속으로 들어간답니다.
또 참새 집에 손을 넣어 잠이 덜 깬 일가족을 생포하기도 했다지요.
참새들이 떼로 모여 자는 대밭에 그물을 치고 막대로 치거나 흔들면 놀라서 날아가다가 그물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납일 밤에 새를 잡는 풍습이 생긴 것은, 이날 나라에서 새나 짐승을 잡아 종묘사직에 공물로 바치고 대제를 지냈기 때문이랍니다.
민간에서는 납일에 잡은 참새를 아이들에게 먹이면 두창(痘瘡 마마‧천연두)에 걸리지 않고 침도 흘리지 않는다고 하여 이런 풍습이 생겼다고 합니다.
어딜 가나 만만한 게 참새였던 모양입니다.

*민간이나 조정에서 조상이나 종묘 또는 사직에 제사 지내던 날. 동지 뒤 셋째 술일(戌日)에 지냈으나, 조선 태조 이후에는 동지 뒤 셋째 미일(未日)에 지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참새잡기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덫을 놓아 잡는 것입니다.
사실은 이 이야기를 한다는 게, 사설이 좀 길어졌습니다.
나이 좀 드신 분들은 “난 무슨 얘기가 나올지 다 알아.” 하면서 벌써 입가에 미소가 걸렸을 것입니다.
덫으로 참새를 잡는 건 주로 겨울에 눈이 왔을 때 하던 놀이 겸 사냥입니다.
덫의 주재료는 대로 엮은 소쿠리입니다.
짚으로 짠 삼태기도 인기품목 중 하나였고, 아쉬운 대로 키가 차출될 때도 있었지요.
다음으로 적당한 길이의 막대와 긴 끈 혹은 새끼줄, 그리고 미끼로 쓸 좁쌀이나 왕겨 등이 필요합니다.
사냥장소는 뒤뜰이 적절합니다.
앞마당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새들이 잘 모이지 않지요.
우선 소쿠리를 막대로 걸쳐서 아가리를 만들고 그 막대기에 실을 묶어 길게 늘어뜨립니다.
다음에 소쿠리 안쪽에 좁쌀 등의 미끼를 흩뿌려놓습니다.
그리고 끈을 방안까지 끌고 간 뒤, 문종이에 구멍 하나 뚫고 감시만 하면 됩니다.
참새 역시 경계심이 보통이 아니어서 무조건 달려들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주변에 얼씬거리면서 상황 파악에 열중하지요.
그러다가 한 녀석이 용기를 내어 소쿠리 밑으로 들어가면 몇 마리가 따라 들어가게 됩니다.
참새의 경계심은 거기까지입니다.
그 다음에는 먹을 것에 눈이 멀어 주변의 위험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그럴 때 톡! 하고 지지대에 연결된 줄을 당기는 것이지요.
소쿠리나 삼태기가 참새들을 덮치면서 놀란 참새들이 힘차게 날갯짓을 해보지만 모든 건 끝난 뒤지요.
아, 그 때의 스릴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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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야 어디 참새 잡을 일이 있나요.
포장마차에서 파는 참새구이라는 것도 메추리새끼라든가 하는 말이 있는 판에….
그런데, 최근에는 참새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답니다.
한 때는 너무 많아서, 곡물을 축낸다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했는데 말입니다.
녹지 면적이 줄면서 살 곳과 먹이를 잃은 탓에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지요.
먹이가 줄게 된 것엔 농약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아무튼 10년 새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직도 주변에서 참새를 많이 볼 수 있으니 실감이 안 나겠지만, 조사결과가 그렇다는 데야 사실이겠지요.
이러다가 참새도 동물원에나 가서 보는 건 아닌지 괜히 걱정되기도 합니다.
뭐든지 있을 때는 귀한 걸 모르잖아요.
그러다 어느 날 돌아보면 그렇게 흔히 보던 것들도 사라져버린 뒤지요.
참새, 우리만 보고 즐길 권리가 있나요.
후손들도 봐야지요.
겨울이 되니 괜히 어릴 적 참새 잡던 일들이 떠올라서 해본 생각입니다.
posted by sa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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