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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연재하던 ‘터키 그 속살로 들어가다’가 [이호준의 터키기행2] ‘아브라함의 땅 유프라테스를 걷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이 블로그의 자료들은 출판을 위한 것들이기 때문에 무단 전재,배포,복사를 금합니다. 개인 연락사항은 방명록에 남겨두시거나 sagang@seoul.co.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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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 소금'에 해당되는 글 1

  1. 2007.04.19 [사라져가는 것들 4] 염전9
2007. 4. 19. 18:27 사라져가는 것들

염부의 땀, 육각의 결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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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에 살면서 먼 세상을 꿈꾸던 바닷물이, 어느 햇살 좋은 날 한반도 서해안으로 나들이를 나온다. 사리 때를 손꼽아 기다리던 염부는 바닷물을 퍼 올려 넓은 염전에 냉큼 가두어 넣고 나갈 길을 막아버린다. 바닷물은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이글이글 불타는 여름의 태양은 바닷물을 뜨겁게 달군다. 바닷물은 서서히 졸아든다. 비명을 질러보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물이 조금씩 줄면서 염도는 점점 높아지고 진득한 소금물이 되었다가 결국은 육각의 하얀 결정체가 태어난다. 소금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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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을 만드는 과정에서 흘리는 염부들의 땀은 갓 만들어진 소금만치나 짜디짜다. 바닷물을 끌어들이고 증발시키고 소금을 거두고 창고에 쌓기까지 저절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온몸을 뜨거운 태양아래 고스란히 내맡겨야한다. 염부의 야윈 몸이 까맣게 탈수록, 더욱 하얗고 맛좋은 소금이 태어나는 것이다. 더구나 소금을 만드는 과정이 매번 순서대로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뜬금없이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염부들은 마음까지 까맣게 탄다.

소금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다. 가난했던 시절, 촌부들의 소원 중 하나는 소금을 온전한 포대로 한번 받아보는 것이었다. 소원으로 말하면 어찌 소금뿐이었을까. 겨울나기에 지장 없을 만큼의 양식, 어린 자식들 춥지 않게 할 만큼의 땔감…. 소금은 그 자체로도 음식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될 것이지만, 1년 양식이라고 할 수 있는 간장과 된장 및 김장을 담그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소금에서 나온 간수는 두부를 만드는데도 없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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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소금도 무조건 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느 땐 약이 되고, 어느 땐 독이 되기도 한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은 혈액과 체액의 양을 적절히 유지하게 하고 산과 알칼리의 균형을 지켜준다. 또 세포에 영양분이 흡수되는 것을 돕고 신경계의 신경전달신호와 근육이 수축할 때 절대 필요한 성분이다. 소금을 너무 적게 섭취하면 신진대사가 마비되고 혈압이 떨어져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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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금을 너무 많이 섭취하게되면 고혈압으로 인한 혈관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또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위 속에서 소금농도가 높아지면 위를 보호하는 점막이 파괴되어 위가 헐고 염증이 생기게 되어 암으로 진전될 수 있는 위축성변화가 일어난다. 뿐만 아니라 골다공증과 요로결석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이런 경우는 그 좋은 소금이 독이 되는 것이다. 과해서 좋을 것은 없다는 진리가 통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그 많던 염전은 다 어디로 갔을까. 요즘은 바다에 가도 염전을 구경하기 쉽지 않다. 우리 주변에 있던 많은 것들이 그렇듯이 세월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져가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중국산 싼 소금에 뒷덜미를 잡혔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남은 염전들도 어느 곳은 생태공원으로 어느 곳은 광광코스의 하나로 변해가고 있다. 하긴 그렇게라도 남아서 우리의 아이들에게, 소금이 어떻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고마워 해야할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바닷물이 하얀 소금이 되는 그 경이로운 과정을 실험실에서나 보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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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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