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sagang
블로그에 연재하던 ‘터키 그 속살로 들어가다’가 [이호준의 터키기행2] ‘아브라함의 땅 유프라테스를 걷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이 블로그의 자료들은 출판을 위한 것들이기 때문에 무단 전재,배포,복사를 금합니다. 개인 연락사항은 방명록에 남겨두시거나 sagang@seoul.co.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Notice

'어머니'에 해당되는 글 1

  1. 2007.07.18 [길섶에서 17] 어머니의 시간
2007. 7. 18. 18:56 길섶에서
모처럼 찾아 뵌 어머니는 속이 불편하다며 연신 배를 쓸어 내린다. 자식 노릇을 제대로 못 한다는 자괴감까지 겹쳐 마음이 편치 않다. 병원에 모시고 가 보지만 의사라고 금방 낫게 할 묘방이 있을 리 없다. 손이나 잡아드리는 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어릴 적처럼 슬며시 곁에 누워본다.

신음을 물면서도 노인의 얘기는 끝이 없다.“그 누구냐. 윗집 살던…. 영식인가? 애들 여윌 때 안됐더냐?” “됐지요. 장가를 일찍 갔으니….” “그렇구나. 그나저나 그 때 차 사고로 간 네 친구는 지금 생각해도 맘이 짠하다. 그 사람 처가 아직 젊을 텐데.” “아, 그 사람요? 아니에요. 거기도 사십이 넘었어요.” “뭐? 벌써? 서른이나 넘었나 했다. 원, 세월이 이렇게 쏜살같은지….”

나이는 시간조차 매어두고 싶게 만드는 걸까. 어머니의 손을 쓸어 본다. 평생 일을 놓아본 적이 없는 손은 기름기가 다 빠져 나무등걸처럼 거칠다. 이 손이 오늘의 날 만들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형님이 잘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가끔씩 존재마저 잊어버리는 아들. 스스로 종아리를 걷고 매질을 해야 마땅할….
2005.2.21

posted by sagang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