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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연재하던 ‘터키 그 속살로 들어가다’가 [이호준의 터키기행2] ‘아브라함의 땅 유프라테스를 걷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이 블로그의 자료들은 출판을 위한 것들이기 때문에 무단 전재,배포,복사를 금합니다. 개인 연락사항은 방명록에 남겨두시거나 sagang@seoul.co.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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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허수아비 공원'에 해당되는 글 1

  1. 2007.05.02 [길섶에서 7] 도심의 허수아비
2007. 5. 2. 19:07 길섶에서
휴일 아침의 산책은 느긋함을 동반할 수 있어 좋다. 겅중거리며 곁을 따르는 작은아이의 재잘거림도 산새소리만큼이나 흥겹다. 산이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서울 외곽에 정착한 지 10년. 이젠 등을 떠밀어도 못 떠날 것 같다.

산 어귀로 접어드는 순간 아이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진다.“와! 저게 뭐지?” 두 평이나 될까. 누군가 공터를 일궈 물을 대고 벼를 심었다. 추수기가 지난 벼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아이의 감탄사를 끌어낸 건 벼보다 논가의 허수아비다. 손이 많이 간 듯 제법 정교하다. 논을 가꾸고 허수아비를 세운 사람은 양식을 얻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지나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배려가 가슴에 와닿는다.

얼마 전 서울시가 어느 동네든 집에서 5분 이내에 공원에 이를 수 있도록 한다는 ‘환경비전’을 발표했다. 정책입안자에게 허수아비가 서있는 작은 논을 보여주고 싶다. 좋은 환경은 비싼 잔디와 번듯한 나무로만 꾸미는 건 아닐 것이다. 인간과 자연이 너와 내가 아닌 하나되어 어울리도록 만드는 것, 그게 본질이 아닐까. 허수아비 하나에도 감동하는 사람들은 거창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2004.11.16

posted by sa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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