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25. 19:30
길섶에서
그가 모처럼 찾아왔다. 눈에 이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연락도 없이 회사앞까지 와서 불쑥 전화를 했다.“비가 오니 빈대떡 생각이 나서….” 비 때문에, 선배가 보고 싶어서 그가 무작정 버스를 탄 곳은 대전이었다. 그 곳이라고 빈대떡집이 없을 리 없다. 그는 마주앉아서도 별 말이 없다.“일은 어때? 추운데 괜찮아?” 검게 탄 얼굴과 거친 손이 안타깝다.“할 만해요. 추울 땐 추운 대로 더울 땐 더운 대로….”
그는 줄에 매달려 빌딩유리를 닦는다. 대학 때 산을 오르던 인연으로 시작한 일이 직업이 되었다. 그는 시인이기도 하다. 삶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지만, 높은 곳에서 익힌 관조의 시선으로 노래하면 그만이다.
세월에 목마른 사람은/떠나가는 계절에 기대어/노랫가락 한 소절을 흥얼거린다(중략)//여윈 가지 힘없이 흔드는 바람으로/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지만/불현듯 떠오르는 그리움마저 떨칠 수 있을까.
그는 삶을 따뜻하게 껴안는데 인색하지 않다. 그리고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한다. 양지에 깃든 새만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건 아니다.
2005.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