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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연재하던 ‘터키 그 속살로 들어가다’가 [이호준의 터키기행2] ‘아브라함의 땅 유프라테스를 걷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이 블로그의 자료들은 출판을 위한 것들이기 때문에 무단 전재,배포,복사를 금합니다. 개인 연락사항은 방명록에 남겨두시거나 sagang@seoul.co.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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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읽어주실 거라면 1회부터^^ 열심히 물어보고 공부했지만 지명과 역사적 사실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즉각 수정하겠습니다. 

마우솔레움 입구. 표를 끊어서 전철 개찰구 같은 저곳으로 들어간다.

초스피드로 성장하는 벨라솜라. 29년 자랐다는데 300년쯤 된 나무 같다.


마우솔레움으로 가는 길

 터키, 그 중 보드롬에서의 두 번째 날이 시작됐다. 아침을 든든히 챙겨먹고 길을 나선다. 배낭을 메고 카메라를 바투 잡으니 언제 잠을 설쳤느냐는 듯 힘이 솟는다. 역시 나는 길바닥 체질. 마우솔레움으로 가는 길은 어젯밤과 마찬가지로 곡예운전의 스릴을 만끽하게 해준다. 그래도 명색이 고대세계 7대 불가사의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이 어찌 이 모양인지. 그나마 카페들은 그 좁은 길을 살짝 점유한 채, 탁자까지 내놓고 장사를 한다. 거기서 차를 마시는 분들은 배짱도 좋으시지. 마우솔레움 입구 역시 한숨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듯 없는 듯 숨어있다. 안내간판도 눈에 띄지 않아서 가이드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갈 뻔했다. 주차장? 물론 없다. 결국 우리 일행이 내리기 위해서는 차를 그 좁은 골목에 세울 수밖에 없다. 그 사이에 뒤로 자동차가 10대 이상 밀리고, 그들이 제각기 빵빵거리는 소리와 고함소리가 섞여 골목은 금세 아수라장이 된다. , 성질 급한 터키사람들. 그래도 우리의 운전사 하산’(멋지다라는 뜻을 가진 아랍 이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어느 절에서 수행하다 하산’(下山)했기에 저리 도가 높은지. , 느긋한 터키 사람

마우솔레움 터. 지금은 빈 자리에 돌들만 굴러다닌다.


 

박물관에 전시된 마우솔레움 모형. 맨 위에 보이는 저 마차는 대영박물관으로 가고 나머지는 산산히 흩어졌다.

사실, 내게는 길이나 주차장이 문제는 아니다. 나는 지금 고대 7대 불가사의 앞에 서 있다. 티켓을 끊고 안으로 들어간다. , 잠깐 짚고 넘어가야할 것 한 가지. 터키에서 유적지나 관광지에 들어갈 때 입장료는 꽤 비싸다. 예를 들어 이스탄불에서 고궁이나 유적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우리 돈으로 십만 원 이상 깨지는 건 금방이다. 가난한 여행자들은 안 먹고 안 타고 아낀 돈을 입장료로 쏟아 부어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게까지 가서 그냥 올 수는 없지 않은가. 터키는 2차 산업이 발달돼 있지 않고 농업이나 관광수입이 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지갑이 얇아질 때마다 ! 남의 유적 가지고 사람 골을 빼는군.”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리스-로마의 유물과 튀르크인들 사이에는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돌덩이 몇 개밖에 없는 마우솔레움도 한 사람에 8리라씩 받는다. 우리 돈으로 5000원 정도? 그래서인지 표를 끊지 않고 입구에서 사진 몇 장 찍고 가는 사람들도 많다. 다녀간 증거만 있으면 된다 이거지? 그래도 그러는 게 아니다. 돌을 보고 가는 게 아니라,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가야 하는 것이다. 돌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다음에야 그곳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껍데기만 볼 거라면 집에서 사진을 보면 되지. 

박물관 복도에 전시돼 있는 마우솔레움의 잔해들.

돌마다 저런 조각들이 있다. 하나하나가 예술품이다.

미뤄뒀던 마우솔레움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 할 시간이다
. 마우솔레움은 마우솔로스(Mausolos BC 376~353)의 영묘다. 묘를 뜻하는 영어 ‘Mausoleum’의 어원이기도 하다. 유익한 여행기를 읽다보니 졸지에 영어단어 하나 외우지 않았는가. 마우솔로스는 페르시아의 영향권에 있던 카리아 지방 총독을 지냈으며 수도를 밀라스에서 지금의 보드롬인 할리카르나소스로 옮기고 전성기를 열었던 인물이다. 그는 살아있을 때부터 자신의 무덤을 건설하기 시작했는데, 사후에는 그의 부인이자 누이동생인 아르테미시아가 공사를 계속했다대부분의 고대사회처럼, 그곳도 누이와 결혼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 것 같다. 그의 동생인 이드레이우스도 또 다른 누이와 결혼했다. 그렇다면 큰 누이는 아내, 작은 누이는 제수. , 족보 꼬인다. 시집 장가 잘 보내려면 애들도 남녀 골고루 많이 낳아야 했겠다. 아무튼 영묘 건설은 아내인 아르테미시아가 죽는 3년 뒤까지도 끝나지 않았다가 동생 이드레이우스가 이어 받아 완성했다. 이왕 나온 김에 그 집안 얘기를 좀 더 해보자. 이드레이우스가 죽은 뒤 그의 부인이자 여동생인 아다가 알렉산더의 도움을 받아 여왕이 된다. 그러나 4년 뒤에는 역시 동생인 피크소도로스가 왕좌를 빼앗아 아다를 유배 보낸다. 콩가루 집안의 종결자들이다.

마무솔레움이 있던 자리.

기둥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대리석들.


절대자의 흩어진 꿈은 허허롭고

족보 얘기는 이쯤하고 마우솔레움으로 들어가 보자. 마우솔레움은 높이가 46m, 가로 36m, 세로 37m의 정방형 기단을 가지고 있는 거대한 건축물이었다. 이 무덤을 짓기 위해 3t짜리 돌 16만개가 사용됐다. 3t이면 자동차만 했을 텐데 그게 16만개라. 기단 위에 모두 36개의 이오니아식 기둥이 서 있었다. 지붕은 24개 계단으로 이뤄진 피라미드 형태였는데 꼭대기에는 네 마리 말이 이끄는 이륜전차가 놓여 있었다. 그 전차는 지금 영국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아무리 전차라고 해도 혼자 바다를 건넜을 리는 없고 그게 왜 영국에 가 있을까. 보존을 위해 잘된 일인지, 약탈의 전형을 보는 것인지. 또 마우솔레움에는 총 300여 개의 조각(彫刻)들이 6층으로 배치돼 있었다. 앞에서 말했지만, 지진으로 무너진 뒤 성 요한 기사단에 의해 석재는 대부분 보드롬성을 짓는데 들어갔고, 조각들은 깨진 채 어디론가 굴러가거나 대영박물관으로 입양되었다. 입구로 들어서니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남들의 시선은 무덤자리로 가는데 내 눈길은 나무에 머문다. 무슨 인연이 있어 날 이리 잡아당기는 건가. 나무의 이름을 물으니 벨라솜라라는데 심은 지 29년밖에 안됐단다. 29? 290년이 아니고?

돌, 돌, 또 돌이다.

성장속도도 놀랍지만, 머금고 있는 수분이 워낙 많기 때문에 불이 나도 타지 않는다고 한다. 2300년 전에 만들어진 무덤은 저리 초라한 모습으로 남았는데 29년밖에 안 된 나무는 저리 하늘을 찌르는구나.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들어가는 길 왼쪽에 있는 박물관부터 보기로 한다. 박물관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전시물 중에는 완전한 모습의 돌덩이 하나 보기 어렵고 깨져서 구르던 것들을 모아 놓은 게 대부분이다. 마치 부상병 같은 돌들이 신음을 깨문 채, 박물관 밖이나 안에 지친 몸을 누이고 있다. 그 옛날의 영화에 비한다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대는 그냥 돌아서면 안 된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돌마다 새겨진 조각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안에서는 유물 외에도 마우솔레움에 대한 자료 등이 전시돼 있고 비디오로 설명해주기도 한다. 천천히 한 바퀴 돈 뒤 특별한 감흥을 담지 못하고 밖으로 나온다. 이제 건물이 있던 자리를 볼 차례다. 계단을 내려가니 무덤 자리는 폐허와 다름없는데, 그래도 그 곳에서 2000년을 넘게 버텨온 돌들이 세로 가로로 누워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돌은 대부분 하얀 대리석이다. 하얀 대리석은 그냥 보기만 해도 아름답다.

돌 틈으로 저런 굴이 길게 나 있다. 전실로 가는 길이었던 듯.

고대에는 근처에 대리석 산이 있느냐 없느냐가 도시를 세우기 위한 필수조건이었다고 한다. 그밖에 바다와 지하수, 적을 막을 수 있는 산맥도 반드시 있어야 했다. 그만큼 석재건축물이나 조각의 재료로서 대리석이 중시됐던 것이다. 터키는 지금도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대리석이 많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아름다운 조각품들이 존재할 수 있었겠지. 돌들의 모습은 여러 가지다. 둥글게 깎은 것도 있고 네모난 것들도 있고. 저들이 한 때는 높이 46m짜리 거대한 건축물을 이루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와 비극을 함께 지켜봤을 것이다.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1500년을 제 모습으로 서 있었다는 이 거대 건축물. 깨어져 구르는 돌들이 세상사의 무상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살아서 누리는 부귀와 명예도 손가락 사이의 모래처럼 부질없는 것이거늘, 하물며 죽음 이후까지 영화를 누려보겠다는 욕심이야말로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 한 절대자의 흩어진 꿈이 발길마다 허허롭다. 돌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더 이상 볼 것도 없다. 그럴 땐 다음 목적지로 떠나는 게 상책이다.

아타튀르크 공원의 나무들. 저 그늘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공원 옆의 택시기사들. 손에 차이잔을 들고 있다.

아타튀르크공원의 택시기사

다큐팀의 다음 목적지는 바자르. 어제 본 빵집 근처에서 보충 취재할 게 있단다. 거기에 더 이상 볼 일이 없는 나는 해변 옆의 아타튀르크공원에 홀로 남는다. 여행은 무조건 부지런히 다닌다고 많이 보고 많이 얻는 건 아니다. 가끔은 가만히 앉아서 세상을 관조할 때 더 많은 걸 볼 수 있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다. 한번쯤은 제자리에 서서 주변을 둘러볼 필요가 있다. 야자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있자니 바람이 장난스럽게 주위를 배회한다. 녀석이 온 몸을 간질이니 솔솔 잠이 온다. 카메라를 갈무리해 넣은 배낭을 베고 그 자리에 눕는다. 벤치에서 잠 좀 잔다고 누가 잡아가기야 하겠는가. 떠돌이 여행자의 권리라는 게 이런 거지. 조용한 방에서도 잠 드는데 애쓰는 내가, 사람들이 오가고 자동차 경적소리까지 덤으로 요란한 거리의 공원에서 금세 잠 속으로 빠져든다. 역시 진정한 평화는 저잣거리에 숨어 있는 법. 한참을 자고 일어나도 세상은 그림처럼 같은 모습으로 걸려있다. 배낭도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저만치 택시기사들이 둘러서서 차이를 마시고 있다. 아까도 마시더니. 터키사람들은 저렇게 몇 시간에 한번 씩 차이를 마신다. 다방에 커피처럼 주문하면 배달해준다.

깊 옆에 설치해 둔 전화를 받고 운행을 다녀온 택시는 기둥에 매달아 둔 일지에 기록하게 된다.

택시 정류장에서 만난 부녀. 도시락을 먹으며 뭔가 다정하게 얘기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앉아있는 공원 앞쪽이 택시와 기사들이 대기하는 곳이다. 이곳 택시는 일종의 조합콜택시로 운영되는 것 같다. 길가 전봇대 같은 곳에 전화기가 걸려 있고 그곳으로 콜이 오면, 순서대로 운행을 다녀와서 몇 시에 어디를 운행했다고 기록한다. 대기 중에는 차이를 마시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기사들 틈에 여자아이 하나가 눈에 띈다. 아이가 택시 운전을 할리는 없고 심심한 딸이 기사인 아버지를 찾아왔나보다. 딸에게 점심을 사준다고 나오라고 했을지도. 초등학교 고학년쯤으로 보인다. 아주 예쁘게 생겼다. 다른 기사들과도 스스럼이 없다. 아버지가 도시락을 주문한다. 그런데 도시락이 도착하자마자 마침 아버지의 운행 콜이 온다. 딸은 도시락을 앞에 놓고 기다린다. 아버지가 돌아오자 부녀는 도시락을 펼치고 다정스럽게 함께 먹는다. 부럽다. 저런 게 진정 행복 아닐까. 터키사람들은 국민소득이 높지 않은 편인데도 전체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인다. 물질적인 부보다는 정신적 행복에 가치를 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여유로움이 내게 전염된 것일까. 뭔가 모를 포만감이 가슴에 가득 찬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감정인가. , 자유여. 지중해의 부드러운 바람이여!!

보드롬에서 폐티에로 넘어가다 만난 해수욕장.

해수욕장 건너편의 빌라(?)촌.

나는 페티예로 간다

다큐팀과 합류한 뒤 늦은 점심을 먹고 보드롬을 떠난다. 이젠 패러글라이딩의 명소 페티예(Fethiye)로 간다. 버스는 해변과 산길을 교대로 지난다. 자리 잡은 나무는 달라도 산세는 우리나라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아 정겹다.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풍경들이 이어진다. 바다 쪽을 바라보는 집집마다 빨간 꽃들이 담장을 덮었다. 덩굴장미는 아닌데, 뭐지? 궁금증을 참지 못해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작쿰(Zakkum)이라는 꽃이란다. 이 나라, 아니 지중해 쪽에서만 자라는 꽃인 것 같다. 달리던 버스가 어느 한적한 동네에 선다. 다큐팀이 터키 전통가옥을 찍고 갈 계획이라고 한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아무 것도 없을 것 같던 한적한 마을에 웬 거대한 휴양지가? 산길에서 느닷없이 큰 짐승을 만난 듯 놀랍기까지 하다. 보드롬과는 바로 이웃인데도 풍경이 많이 다르다. 비치엔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비치라봐야 모래사장은 거의 없고 나무로 덱(deck)을 만들어 파라솔 등을 세워 놓았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모래사장은 얼마나 넓고 아름다운지. 그런데도 바늘 꽂을 틈 하나 없다. 물에 들어가 수영하는 사람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노인들이다. 굉장히 많다. 아마 한 여름에는 젊은이들이 즐기고 휴가철이 끝나면 노인들이 몰려오는 것 같다.

9월말인데도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해수욕장에는 노인들이 많았다.

해수욕장 옆 '작쿰'이 환하게 핀 집

뭔가 보드롬과 달라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노인들이 많다는 것이었구나. 비틀거리는 유럽 경제가 세계 경제의 멱살을 잡고 흔들고 있지만 아직은 먹고 살만 한 모양이구나. 그러니 노인들까지 이렇게 해변으로 올 여유가 있겠지. 우리나라의 노인들이 생각난다. 평생 뼈가 휘도록 일하고도 경제력이 상실되는 순간 뒷방늙은이로 전락하는 그들. 더구나 ‘58개띠로 상징되는 베이비부머들의 잇따른 자살 소식은 그런 현실을 더욱 비극으로 색칠한다. 지중해의 이름 모를 해변에서 만난 밝은 표정의 유럽 노인들을 보노라니 마음이 더욱 쓸쓸해진다. 언제쯤이나 우리나라의 해변에서도 허리 구부정한 노부부가 손을 잡고 거니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경제적 여유와 인식의 전환이 이뤄진다는 희망은 있는 걸까. 괜히 우울한 생각에 빠지는 바람에 걸음이 늦어진다. 다큐팀은 전통가옥을 찾지 못했다고 바로 출발한단다. 이제 정말 보드롬과 안녕이다. 지금 시간 오후 430. 페티예까지는 4시간 정도 걸린다. 오밤중에나 도착하겠군. 한숨 잘 수 있는 시간이지만 잠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기에는 해변길이 너무 아름답다. 마치 꿈속을 달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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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gang

 
*이왕 읽어주실 거라면 1회부터^^ 열심히 물어보고 공부했지만 지명과 역사적 사실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즉각 수정하겠습니다.

터키에서 첫날밤을 묵었던 KARIA PRINCESS 호텔.

KARIA PRINCESS 호텔

보드롬성 입구 한쪽 구석에, 쓰다 버린 휴지처럼 구겨져 있자니 신세가 처량하다. 혹시 누가 동전을 던져주기라도 할까봐 눈에 힘을 준다. 보긴 이래도 저는 거지가 아니랍니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으니 촬영을 마친 다큐팀이 내려온다. 이제 숙소로 가서 쉴 수 있다. 물론 저녁 일정이 잡혀 있으니 일과가 끝난 건 아니다. 시내를 벗어난 버스가 한참 달려 교외로 접어들고, 설마 이런 곳에 호텔이? 싶을 만한 곳에 접어드니 거짓말처럼 하얀색으로 칠한 호텔이 나타난다. 버스에서 내릴 무렵엔 땅거미가 슬금슬금 기어 다니기 시작한다. 호텔 이름은 ‘KARIA PRINCESS’. 생각보다 작은 호텔이지만 비교적 정갈해 보인다. 하긴 정갈하고 말고를 따질 처지는 아니다. 우선 샤워가 급하다. 하루 종일 흘린 땀이 적어도 한 됫박은 될 것 같다. 수속을 마치고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가는데 언뜻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호텔은커녕 여행자숙소도 못 구해서 애타는 여행자들도 많을 텐데, 나는 누군가가 미리 준비해 둔 호텔에 그것도 독방을 차지하고 자는구나. 자고로 여행자는 먹고 자는 것이 편해서는 안 되는데.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짐을 던지고 욕실로 들어간다.

 

KARIA PRINCESS 호텔의 밤 모습.

옷을 벗는데 거울에 비친 몸에 낯선 문신이 눈에 띈다. 양쪽 어깨에 새로 생긴 저 빨간 띠는 무어란 말이냐. 자세히 보니 카메라배낭을 메었던 부분이 금세 벗겨지기라도 할 듯 빨갛게 부풀었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찾아 우리 땅을 헤매고 다닐 때도 종종 있었던 일이긴 하지만, 타국에서 보니 더욱 안쓰럽다. 불쌍한 어깨, 주인을 잘못 만나는 바람에. 낮에 잠시 함께 걷던 후배 K가 한 말이 생각난다. “선배, 회사에서 부하직원들 피곤해하지 않아요?” 무슨 소린가 했더니, 비행기 안에서부터 잠시도 쉬지 않고 사진을 찍고 수첩에 꼼꼼하게 메모하는 걸 보고 하는 말이다. 남들처럼 풍경을 즐겨야 할 시간에 숨 돌릴 틈도 없이 종종걸음 치는 내가 안타깝고 낯설어 보였던 게다. 회사에서 일할 때도 저럴 테니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까지. “글쎄, 윗사람이라는 건 원래 존재만으로도 피곤한 거니까, 아니라고는 못하겠지. 하지만 직원들을 크게 닦달해본 적은 없어. 나 자신에 대해서만 칼처럼 잘 벼린 자를 들이대고 타인에게는 무딘 잣대를 들이대는 걸 원칙으로 해서 살아왔으니까.

호텔 숙소의 창을 여니 고향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지금은 물러나 있지만, 10년 가까이 한 분야의 책임자를 맡았었다. 내 딴에는 가능하면 피곤한 상사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어찌 알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게 상처를 입었을지. 그나저나 난 왜 여행을 이 모양으로 하는 걸까. 나도 쉬고 싶다. 그런데 그게 안 된다. 대개 그러하듯이, 그냥 보고 느끼고 즐기기만 하면 될 텐데. 게다가 난 여행글로 먹고살아야하는 프로 여행작가도 아니잖은가. 특히 이번 여행은 럭셔리하게 즐길 수도 있었는데. 편하게 여행해보자고 마음먹은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실천해본 적은 없다. 팔자다. 내가 여행 떠난 걸 알고 있는 그 누군가가, 잔칫집에 간 할머니가 떡을 싸오기 기다리는 것처럼, 내 사진과 이야기를 기다릴 것이라는 강박관념. 실제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아니다. 그건 아니다. 내가 여행을 간다니까 몇 사람은 눈을 반짝거리며 여행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배 한 분은 책 한권 낼 분량을 써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자. 나를 위해서다. 언제부터인가 여행을 하는 자체보다, 뒤에 복기하고 기록하는 게 더 재미있어졌다. 그래서 나는 쉬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들 때문에.

보드롬 항구의 야경.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울, 여행

 상념은 샤워 물줄기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난 여행이 나 자신을 찾아 가는 과정임을 굳게 믿는다. 집에 걸린 거울에는 내 겉모습을 비춰볼 수 있지만, 여행은 내 깊숙한 내면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다. 삶터를 떠나 낯선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평소에 만나지 못하던 또 다른 자아가 느닷없이 얼굴을 드러낸다. 물론 긍정적인 모습도 있고 추한 모습도 있다. 그것이 모두 나의 본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 아니 자주 외롭고, 어느 땐 엄청난 고통에 스스로의 발등을 깨고 싶을 정도로 후회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성큼 자란 자아와 함께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여행은 큰 스승이다. 쓰라린 어깨를 달래며 샤워를 마치고 빨래를 한다. 내 여행 철칙 중 하나는 그날 입은 옷은 그날 빤다는 것이다. 피곤해 쓰러질 지경이라도 가능하면 이 과정을 놓치지 않는다. 어느 땐 아침에 드라이기로 옷을 말릴 때도 있다. 내 보따리에 땀에 전 옷들이 있다는 걸 못 견디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결벽증은 절대 아니다. 빨래를 널고 나니 식사시간까지는 조금 더 남았다. 창문을 연다. 전원풍경이 안길 듯 다가선다. 내 고향에 돌아간 듯, 아름답다. 사진을 몇 장 찍고 침대에 누워 책을 읽는다. 이 짧은 시간이 얼마나 고마운지, 또 느닷없이 전신을 감싸는 행복감에 나른해진다.

보드롬성의 야경.

호텔에서 먹는 저녁식사는 여느 곳처럼 뷔페식이다. 준비된 음식은 제법부실하지만 먹는 환경은 예상보다 훌륭하다. 죽죽 뻗은 야자나무 숲(?)과 넓은 풀장. 그 곁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즐긴다. 다만 술이 없는 게 안타깝다. 에구, 난 왜 이렇게 술을 밝히는 거야. 약간의 닭고기와 과일을 고른다. 어딜 가든 과일은 지천이다. 특히 포도는 전혀 시지 않고 당분이 넘쳐난다. 신 것을 먹지 못하는 나로서는, 여행 내내 먹은 포도가 평생 먹은 포도보다 많을 정도다. 몸이 많이 피곤해서인지 입맛은 썩 좋지 않지만 이것저것 많이 먹어두기로 한다.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라는 여행자 수칙은 피곤하다고 예외일 수 없다. 저녁을 먹은 뒤 다시 출정이다. 호텔을 나서면서 내가 외다리라 부르는 모노포드를 챙긴다. 낮에 왔던 길을 되돌아가 바람의 언덕으로 오른다.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차에서 내리니 불어대는 바람에 몸이 휘청거릴 정도다. 무더위도 바람에 날아갔는지 시원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예감은 불길해진다. 바람이 이 정도면 곤란하다. 모노포드가 아니라 튼튼한 삼각대를 세워도 날아갈 판이다. 이러면 사진이고 뭐고 어려워지겠는데. 이래서 잔머리를 굴리면 안 된다. 서울에서부터 찜찜했던 일이 현실화된 것이다.

해변을 따라 이어진 기념품가게들.


밤에는 돈을 인출할 수 있는 ATM기도 한 풍경 한다.

쓰디 쓴 잔머리의 결과

출발하기 전에 가장 큰 고민이 삼각대였다. 분명 야간촬영을 할 기회가 생길 텐데, 그렇다면 삼각대가 필요하다. 그런데 평소에 쓰는 삼각대의 무게가 보통이 아니다. 간이삼각대로는 카메라와 렌즈의 무게를 버틸 수 없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모노포드를 새로 샀다. 그걸 사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보조기능, 즉 간이 삼각대 기능이 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모노포드로 쓰고 필요하면 안에 갈무리 했던 보조다리를 꺼내서 삼각대처럼 쓰게 만든, 일석이조를 목표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디 꿩 먹고 알 먹고가 그리 흔하든가. 모노포드를 꺼내서 바람의 언덕에 세우는 순간 쓸데없는 짐만 지고 다녔음을 직감한다. 갈대처럼 속절없이 흔들리는 카메라. 바람 앞에 등불이라더니 바람 앞의 모노포드다눈물을 머금고 포기하는 수밖에. 카메라 ISO를 높여서 몇 컷 찍어봤지만 제대로 된 사진이 나올 리 없다. 한 번의 잘못 생각이 낳은 참혹한 결과 앞에서 통렬한 반성을 한다. 여행 짐을 싸는 것이야말로 선택과 집중이 필수 조건이다. 갈 곳의 날씨를 면밀히 체크해서 필요없는 옷 같은 건 과감히 덜어내고, 꼭 필요한 것을 선택해 넣어야 한다. 이론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건 더 잘못이다.
 

보석 가게.

 

보석 노점상. 주인아가씨가 무척 예뻤다.

하릴없이 다큐팀의 촬영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바람의 언덕을 내려온다. 다음 코스 역시 낮에 갔던 보드롬 해변. 차에서 내리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그곳엔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 낮과 밤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밤이 되면 짙은 화장을 하고 거리로 나서는 여인을 보는 것 같다. 거리에는 낭만이 넘실거리며 흘러 다닌다. 화려한 조명이 거리의 속살까지 활짝 열어 놓았고, 통기타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지는 카페에서는 웃음소리가 그칠 줄 모른다. 모두가 행복해서 못 견디겠다는 얼굴들이다. 젊은 경찰관도 예쁜 아가씨와 수다 떨기에 바쁘다. 하긴 뭐 신경 쓸 일이 없으니.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길가에는 난장(亂場)이 펼쳐져 있다. 낮에 보이지 않던 각종 좌판들이 환하게 불빛을 밝혔다. 보석을 파는 여인, 즉석에서 유리공예품을 만드는 남자 모두 동화 속 주인공처럼 환상적이다. 광장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있길래 가보니 커다란 스크린을 걸어놓고 공연을 중계해주고 있다. 그 앞에서 많은 이들이 환호하면서 춤추고 있다. 외국인들도 있지만, 낮과 달리 현지인이 더 많아 보인다. 술집의 테라스에는 연인이나 부부, 혹은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로 넘쳐난다.

 

저렇게 개까지 밤새 모여서 논다. 멀리 모스크 첨탑이 보인다.

시계를 보니 열한시가 넘었다. 한국은 새벽 다섯 시. 하지만 누구도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아니, 열두시가 넘어야 본격적인 밤 문화가 시작된단다. 금요일은 밤을 꼬박 새우고 노는 게 보통이란다. 참 신명이 많은 사람들이다. 신명뿐일까. 터키사람들은 호기심도 많고 성격도 급하고 열정적이다. 오지랖은 또 얼마나 넓은지. 현지인 가이드가 그걸 증명하는 이야기를 해주며 웃는다. 누가 차를 몰고 가다가 한가한 도로 옆에 서면 보통 여섯 대 정도는 연달아 차를 댄단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그냥 지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잠시 뒤에는 자신들이 무엇 때문에 차를 댔는지 잊어버리고 두세 명씩 모여 수다를 떤단다. 오지랖만 넓은 게 아니라 정도 많다. 다큐팀이 자리를 빌려 촬영한 바닷가 카페에서는 장사에 방해가 될 텐데도 귀찮은 기색 하나 없다. 미안한 마음에 차이를 한 잔씩 주문해 마시고 나오는데 끝내 돈을 받지 않는다. 이거야 원, 신세 지고 공짜로 얻어 마시고. 그게 터키 사람들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뒤로도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촬영을 마치고 나니 열두시가 다 됐다. 서울로 보면 여섯시. 평소 같으면 잠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이다. 밤을 꼬박 새웠다는 얘긴데.

한밤의 해변 카페. 저만치 보드롬성이 보인다.

터키의 닭은 개처럼 운다

다시 호텔로 향한다. 좁은 길 때문에 돌아가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터키의 길은 무척 좁다. 그래서인지 거의 일방통행이다. 로마시대에 만들어놓은 길을 넓히지 않고 그대로 쓰기 때문이란다. 그 때는 적들의 공격을 지연시키기 위해 길을 좁게 만들었단다. 설상가상으로 그 좁은 길에다 주차를 해놓으니 운전이 아니라 곡예에 가깝다. 호텔로 돌아오니 몸은 물을 가득 머금은 솜. 기상할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하니 체질적 불면을 지병처럼 안고 살아온 몸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젊은 기자 시절에는 철야를 밥 먹듯 했는데 이제는 밤 한 번 새고 나면 후유증이 2~3일씩 간다. 샤워를 하고 비장의 무기위스키를 꺼내 조금 마신다. 이 피 같은 술을 수면용으로나 쓰다니. 가만히 누워있자니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창 틈을 파고든다. 기온으로 보면 아직 한 여름인데. 그나저나 터키의 귀뚜라미도 귀뚤귀뚤 우는구나. 잠은 오지 않는다. 위스키 한 모금으로 해결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이게 시차적응의 고통이구나. 이리 저리 뒤척거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온갖 상념이 머릿속을 부유한다. 난 또 어떤 인연으로 지금 이 곳에서 불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일까. 어느 순간 깜박 의식을 놓는다.

호텔 수영장.

 간신히 붙잡은 잠에서 다시 깬 건 반복되는 소음 때문이었다. 짧은 잠이 안타까운 몸은 여전히 잠 끝을 붙잡고 발버둥 치지만 이미 정신은 제자리에서 똬리를 틀고 앉았다. 처음엔 개 짖는 소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여러 번 들어보니 닭울음소리다. 이상한 건 아무리 들어봐도 귀에 익숙한 꼬끼요~!! 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건 확실히 터키 말, 아니 터키 울음이다. 귀뚜라미는 만국공통어로 울던데. 그나저나 무슨 닭이 개처럼 울지? 그럼 운다고 해야 돼, 짖는 다고 해야 돼? 아무리 교외에 자리 잡은 호텔이라지만 이건 좀 심하다. 개는아니, 닭은 한두 마리가 아니다. 소음은 갈수록 심해진다. 동네 닭들이 모두 일어나 환영식을 하는 것 같다. 아니면 새벽에 반상회를 하는지도. 이 동네는 수탉만 키우나? 시계를 보니 여섯시에 가깝다. 그래도 서너 시간은 잔 것 같다. 이 정도면 남은 잠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주섬주섬 일어나 머리맡에 둔 책을 집어 든다. 밖은 아직 컴컴하다. 조금 있자니 이번엔 고양이들의 반상회가 시작된다. 하필 내 방 창 밑에 와서 세레나데를 부를 건 뭐람. 다행이 고양이들은 만국공통어인 야옹야옹으로 운다. 닭만 터키 말을 쓰나보다.

 

호텔엔 이런 놀이시설도 있다.

호텔 담장의 나팔꽃. 파란색이 너무 짙어서 좀 징그럽기도 했다.

습자지에 먹물 번지듯
,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미명이 스탠드 불빛을 조금씩 지워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몸살기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정말 다 나은 걸까. 아니면 그보다 더 큰 고통 때문에 몸살 기운을 못 느끼는 걸까. 여기까지 와서도 일에 매달려 있는 내 스스로가 미워지려고 한다. 다시 누워봐야 헛일일 테니 차라리 산책을 가기로 한다. 어제 빨아놓은 옷은 뽀송뽀송하게 말랐다. 문을 열고나오니 호텔은 정적에 싸여 있다. 밖에서 보기에 무척 작았던 호텔은 마치 호리병처럼 안으로 갈수록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저녁식사를 했던 나무숲과 수영장을 지나 담장을 따라 걷는다. 아무도 없는 길, 참 아름답다. 담장 가득 덮은 파란 나팔꽃들이 활짝 꽃잎을 벌려 새 아침을 맞아들이고 있다. 하늘은 여전히 파랗게 빛나고 볼을 스치는 바람은 상쾌하다. 다행이다. 잠을 좀 빼앗긴 대신 이렇게 홀로 산책하는 시간을 얻었지 않은가. 우리네 삶이 그렇다. 완전하게 잃는 것도, 완전하게 얻는 것도 없는 것. 작은 일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발걸음이 점차 가벼워진다. 오늘은 마우솔레움에 가는 날, 그리고 보드롬을 떠나는 날. 또 힘차게 시작하고 볼 일이다.


 

추천(view on)과 댓글 오늘도 그냥 지나치진 않으실 거지요?^^

 

posted by sa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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