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sagang
블로그에 연재하던 ‘터키 그 속살로 들어가다’가 [이호준의 터키기행2] ‘아브라함의 땅 유프라테스를 걷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이 블로그의 자료들은 출판을 위한 것들이기 때문에 무단 전재,배포,복사를 금합니다. 개인 연락사항은 방명록에 남겨두시거나 sagang@seoul.co.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Notice

'목책'에 해당되는 글 1

  1. 2007.11.27 [이야기가 있는 사진 5] 주산지 왕버들
2007. 11. 27. 18:02 이야기가 있는 사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늦가을에 찍은 주산지입니다.
특별히 잘 찍지도 못한 이 사진을 소개하는 건 사연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산지는 풍경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라면 꼭 가보고 싶어하는 곳입니다.
10월말에서 11월 초 사이 단풍이 절정으로 타오를 때 주산지의 아름다움도 절정에 달합니다.
특히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의 풍경은 '오줌을 지릴'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저 역시 물안개를 만나러 그 곳에 갔습니다.
그런데 도착한 날 낮에 사전답사 겸 들렀다가, 써 붙여 놓은 안내문을 보고 다음날로 예정된 새벽촬영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올해부터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촬영이 허용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왕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랍니다.
버들이라고 해서 우습게 알면 안됩니다.
아름드리 버들이 물 속에 버티고 있는 모습은 장관입니다.
그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보호해 보겠다고 목책을 둘렀습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데크는 아주 협소했습니다.
새벽마다 찾아오는 수백 명의 사진쟁이들이 다 들어가기엔 어림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제가 간 낮에도 목책을 넘어가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새벽에는 어떨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땐 유달리 극성을 부리는 제 안의 욕심과, 정해놓은 규정은 반드시 지켜야한다는 강박관념 사이의 싸움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입니다.
즉, 새벽 컴컴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너도나도 목책을 넘을 테고, 저 역시 그 유혹에 시달릴 게 뻔합니다.
하지만 목책을 넘는 건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 역시 분명한 일입니다.
그렇게 갈등하는 제가 미워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새벽촬영을 포기하고 그냥 기념사진 몇 장을 찍었습니다.
목책을 넘지 않은 건 잘한 게 분명한데, 그 곳까지 가서 새벽촬영을 포기한 게 정말 잘 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올해 사진관련 사이트에서는 주산지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목책을 넘은 사람들이 몰매를 맞았습니다.


posted by sagang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