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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연재하던 ‘터키 그 속살로 들어가다’가 [이호준의 터키기행2] ‘아브라함의 땅 유프라테스를 걷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이 블로그의 자료들은 출판을 위한 것들이기 때문에 무단 전재,배포,복사를 금합니다. 개인 연락사항은 방명록에 남겨두시거나 sagang@seoul.co.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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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26 [이야기가 있는 사진 3] 첨성대, 그리고…8
2007. 12. 26. 18:44 이야기가 있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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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에 들렀다 계림을 보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저만의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경주는 4계절 중에 가을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김씨의 시조 알지가 태어났다는 오래된 숲은, 떠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따그닥거리며 달려오는 마차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에 그림 하나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오른쪽에는 첨성대가 서있고 가운데에는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 한 분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재 너머 아들네 집이라도 다녀오시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리고 관광객을 마차에 태우고 왼쪽에서 달려오는 말(馬).
누가 일부러 꿰어 맞춰놓은 듯한 구도였습니다.
1000년의 세상을 구경했을 돌탑(제 눈엔 돌탑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과, 100년 안쪽의 삶을 등에 진 노인, 그리고 다섯 손가락이면 살아온 날을 헤아리고도 남을 말.
애당초 근본도 다르고 살아온 세월도 다른 대상들이 만나, 헛헛하던 나그네에 가슴에 따뜻하고 조화로운 그림으로 들어앉은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질적 존재=배척 대상'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모였기 때문에 더 조화로운 것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받아들여 어깨를 겯고 함께 걷다보면 미운 사람도 예뻐 보이게 돼 있습니다.

'관계'까지 헤아릴 능력이 안 되는 제 카메라는, 그 날 마음에 드는 풍경 하나를 만나 나름 바빴습니다.

posted by sa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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