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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연재하던 ‘터키 그 속살로 들어가다’가 [이호준의 터키기행2] ‘아브라함의 땅 유프라테스를 걷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이 블로그의 자료들은 출판을 위한 것들이기 때문에 무단 전재,배포,복사를 금합니다. 개인 연락사항은 방명록에 남겨두시거나 sagang@seoul.co.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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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해당되는 글 1

  1. 2007.03.29 [길섶에서2] 노점상의 미소1
2007. 3. 29. 14:51 길섶에서
한겨울의 칼날을 미처 감추지 못한 바람 한줄기가 할퀴고 지나면서 엉성하게 둘러친 포장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다.하지만 포장 안쪽의 네 사람은 바람쯤이야 아랑곳없다는 듯 여전히 따뜻한 눈길을 나눈다.종로 2가 버스정류장,그 곳에는 ‘지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노점상 가족이 있다.

사내는 쉴 틈 없이 빵틀에 반죽을 붓고 다 익은 빵을 옮겨 담는다.여자의 눈길은 자주 남자의 얼굴에 머문다.그동안에도 익숙한 손길로 꼬치를 끼우고 떡볶이를 뒤집는다.부부의 뒤로는 의자가 두 개 놓여있고 딱히 맡길 데가 없어서 데리고 나온 듯,아이 둘이 앉아있다.분수대의 포말처럼 흩어지는 아이들의 환한 웃음이 싱그럽다.대여섯 살 먹었음직한 큰 아이는 어린동생이 의자에서 떨어지기라도 할세라 자주 손을 내민다.

잠시 아이들에게 시선을 주던 부부의 눈길이 허공에서 만나더니 입가에 치약거품 같은 미소를 머금는다.무엇이 팍팍한 삶의 현장에서도 저들에게 웃음을 잃지 않게 만들까.난방이 잘 된 사무실에 앉아 미소 한 가닥에 인색했던 나는,찬바람 속의 저들보다 훨씬 가난한 게 틀림없다.

posted by sa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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